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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로돈 2: 더 트렌치》는 2023년 개봉한 SF 액션 영화로, 벤 휘틀리 감독이 연출하고 제이슨 스타뎀·우징·소피아 카이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해저 7,620m 심해에서 메가로돈 무리, 거대 문어, 육식 공룡을 상대로 벌이는 생존 사투를 그리며, 결함 많은 개연성 속에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진 블록버스터입니다.
퇴근 후 소파에 쓰러지듯 앉아 채널을 돌리다 멈췄습니다. 화면에 숫자 하나가 박혔습니다. 7,620미터. 그게 화면에 잠깐 지나갔을 뿐인데, 리모컨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사람이 내려갈 수 있는 가장 깊은 곳. 빛 한 줄기 닿지 않는 심연. 그곳에서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라니.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메가로돈 2: 더 트렌치》는 과학적 개연성이 거의 없는 영화입니다. 메가로돈이 무리 지어 다니고, 거대 문어가 잠수정을 휘감고, 육상 공룡까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심해라는 배경이, 제 인생의 어느 시절과 묘하게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심해 7,620m가 드러낸 생존 본능
영화의 핵심 무대는 마리아나 해구급 심해입니다. 탐사팀이 탄 잠수정이 고장 나 바닥에 가라앉는 장면, 산소가 줄어드는 계기판, 사방에서 맴도는 거대한 실루엣들. 이 장면들은 허황된 설정에도 불구하고 묘한 압박감을 만들어냅니다.
벤 휘틀리 감독은 심해 장면에서 의도적으로 좁고 어두운 프레임을 유지합니다. 푸른빛과 검은빛이 교차하는 조명이 심해의 공허함과 위협을 동시에 표현하고, 이 부분만큼은 꽤 효과적입니다. 반면 후반부 해변 난투로 무대가 바뀌는 순간, 화면이 갑자기 환해지면서 긴장감이 풀려버립니다. 이 명도의 급격한 변화가 영화 전체 톤을 흔드는 가장 큰 연출적 약점입니다.
2019년 봄, 저는 중국 현지에서 7년간 운영하던 MRO 사업을 접고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2004년부터 산동성 청도와 웨이하이에서 주재원으로 시작해 2013년부터는 직접 사업체를 운영했습니다. 가족 모두 중국에서 살았고, 두 아들은 로컬 초중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15년의 끝이 허무했습니다. 사기 피해에 주식 리딩 손실까지 겹쳤습니다. 귀국할 때 손에 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시절 제 심정이 딱 저 장면 같았습니다. 잠수정이 해저 깊이 가라앉고,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이고, 언제 덮칠지 모를 무언가가 주변을 맴도는 것. 빛이 없었고, 방향도 몰랐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사람은 진짜 바닥에 닿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저는 창피함을 내려놓고 배달 오토바이를 탔습니다. 화물·택시 자격증을 땄습니다. 2019년부터 서울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조나스가 산소가 떨어지는 해저에서 팀원을 먼저 챙기던 장면처럼, 그냥 할 수 있는 것부터 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 영화는 국내에서 약 9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링크) 93만 명이 이 영화에서 무언가를 봤다면, 아마도 그 무언가는 '버티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스타뎀의 몸이 말하는 절제된 공포
제이슨 스타뎀의 연기 방식은 "말보다 몸이 먼저"입니다. 심해 극한 상황에서도 패닉 없이 턱을 낮추고 눈을 가늘게 뜨는 그 표정은 "이 상황도 내가 버텨내겠다"는 무언의 선언처럼 읽힙니다. 지나치게 호들갑스럽지 않은 절제된 공포 연기는, 오히려 관객이 상황의 심각성을 더 실감하게 만드는 역설적 효과를 냅니다.
우징(오경)은 전작보다 훨씬 적극적인 액션 비중을 소화합니다. 중국 무술 배경에서 나오는 정확하고 탄성 있는 몸짓이, 스타뎀의 묵직한 서양식 액션과 맞부딪히는 장면들은 시각적 즐거움이 있습니다. 소피아 카이는 성인이 된 메이링으로, 조나스와의 짧은 눈빛 교환만으로 두 사람의 오랜 관계를 충분히 전달합니다.
버스를 몰다 보면 하루에도 수백 명의 얼굴을 만납니다. 그 가운데 가끔,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전 7시 22분, 광화문 방향 노선에서 자주 보이는 50대 남성 승객 한 분이 그랬습니다. 매일 같은 정류장에서 타서 한 번도 표정이 바뀐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백미러로 슬쩍 그 얼굴을 살피며 생각했습니다. 저 눈빛, 스타뎀이 잠수정 안에서 짓던 그 얼굴이다. 버티고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싸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여러분은 절제가 약함처럼 보일 때, 그게 실은 가장 강한 상태라는 걸 느껴본 적 있으신지요?
IMDb에서 이 영화는 10점 만점에 4.4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출처: IMDb, 링크) 낮은 점수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이 약 3억 9,850만 달러라는 사실은, 점수와 흥행이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완벽한 영화가 아니라, 자기 안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영화를 보러 갑니다.
밑바닥에서 건진 삶의 단단함
어린 시절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씨앗은 땅속 가장 깊은 데서 싹을 틔운다." 그 말이 귀국하고 나서야 비로소 몸으로 이해가 됐습니다.
1984년 대기업 공채로 입사해 생산관리, 공장합리화, 원가절감 운동을 이끌던 시절의 저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그때는 효율과 숫자로 모든 것을 판단했습니다. 중국 산동성 공장 관리책임자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빈손으로 귀국한 뒤 버스 운전대를 잡으면서, 저는 예전에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 단단함이 있다는 것을.
《메가로돈 2》가 보여주는 것도 결국 그겁니다. 완벽한 계획도, 충분한 장비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조나스가 해저에서 손수 수영해서 위기를 돌파하는 장면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장면에서 피식 웃으면서도 묘하게 찡했습니다.
2024년 10월부터 매일 회사 헬스장에서 한 시간 이상 러닝, 턱걸이, 허리강화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허리디스크로 몇 년을 고생했는데, 꾸준함이 병원보다 낫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시작할 때마다 떠올리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움직이지 않으면 내일은 더 깊이 가라앉는다." 영화 속 조나스처럼.
예전에는 이 영화 같은 블록버스터를 보면 개연성이 없다며 채널을 돌렸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허점투성이 이야기 안에서도, 버티는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 버팀이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딱 한 줄로 정리한다면, "심해보다 깊은 인간의 생존 의지를 허무맹랑한 방식으로 유쾌하게 포장한 오락영화"입니다. 완성도를 기대하면 실망합니다. 하지만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소파에 앉아 "그래, 저 사람도 저 바닥에서 올라왔잖아"라는 생각 하나를 가져가고 싶다면, 충분히 그 역할을 합니다.
추천 대상:
-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를 부담 없이 즐기고 싶은 분
- 생존, 버팀, 재기라는 키워드에 개인적으로 공명하는 분
- 제이슨 스타뎀의 무표정 액션을 좋아하는 분
별점 ★★★★☆ (4/5) — 완성도보다 에너지로 버티는 영화.
❓ 자주 묻는 질문
Q. 메가로돈 2 전편을 안 봐도 이해할 수 있나요?
A. 전편 《메가로돈》을 보지 않아도 기본 줄거리 이해에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조나스와 메이잉의 관계, 해양연구소 팀의 배경 등 감정선이 전편과 이어지기 때문에 전편을 먼저 보면 캐릭터에 더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오락 영화로 즐기려는 목적이라면 전편 없이 보셔도 무방합니다.
Q. 메가로돈 2 러닝타임과 관람 등급은 어떻게 되나요?
A. 러닝타임은 약 116분이며, 국내 상영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잔인한 장면보다는 스릴과 액션 위주로 전개되어 가족 단위로 가볍게 볼 수 있는 편입니다. 단, 거대 생물 공포(해양 공포)에 민감한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Q. 메가로돈2 실화 기반인가요, 완전 허구인가요?
A. 완전한 허구입니다. 다만 마리아나 해구라는 실제 존재하는 심해 지형을 배경으로 하며, 선사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대형 상어 '메가로돈(Otodus megalodon)'에서 착안했습니다. 현재 메가로돈은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과학적으로 확인되어 있으며, 영화는 이를 소재로 한 순수 오락 창작물입니다.
Q. 메가로돈2 원작 소설과 영화는 얼마나 다른가요?
A. 원작은 스티브 앨튼의 소설 《The Trench》로, 영화는 원작의 설정을 차용하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게 대폭 각색하였습니다. 원작 소설이 비교적 현실적인 해양 스릴러에 가깝다면, 영화는 거대 문어·육상 공룡 등을 추가해 훨씬 과장된 오락성을 강조한 방향으로 변형되었습니다. 원작 팬이라면 상당한 괴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시스터 — 생존과 가족이라는 주제를 공유하는 작품으로, 메가로돈 2에서 조나스가 메이잉을 끝까지 지키는 보호자적 서사와 감정적으로 연결됩니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두 영화를 나란히 놓고 보면 묘한 대비가 생깁니다.
- 변호인 —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거대한 압력 앞에서 혼자 버텨내는 인물의 의지라는 측면에서 메가로돈 2와 의외의 공명이 있습니다. 오락 영화와 사회 드라마를 번갈아 보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